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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 후 성장 (Post Traumatic Growth)

* 발제 논문: 김진목, & 이희경. (2016). 침투적 반추와 의도적 반추, 외상후 성장의 관계: 기본심리욕구 충족의 매개된 조절효과와 조절된 매개효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의 상실을 경험합니다. 또한 관계의 상실이 아니더라도 사고나 학대, 실패 등 삶의 과정에는 다양한 종류의 외상적 사건들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일상을 뒤흔드는 이러한 커다란 사건의 경험 이후에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요? 좌절하고 분노하거나 우울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일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상황을 극복하고 일상생활로 돌아옵니다. 심지어는 외상 사건 이전보다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이를 ‘외상 후 성장(PTG)’이라고 개념화하며, 많은 학자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외상 후 성장으로 나뉘는 외상의 발전 경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왔습니다.

외상 후 성장의 모델을 연구한 Tedeschi와 Calhoun은 반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원치 않는 데도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침투적 반추가 자의적이고 목적 지향적으로 발생하는 의도적 반추로 바뀌며 외상 후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고통을 견디고 상황을 타개하려는 동기가 발생하면, 침투적 반추는 점차 외상사건이 왜 자신에게 일어났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구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반추로 바뀌고 외상 후 성장에 도달하게 된다고 본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이 침투적 반추를 계속하는지, 의도적 반추를 하게 되는지가 외상 후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침투적 반추가 의도적 반추로 이르게 하는 심리적 기제로서 자기결정성 이론의 기본심리욕구 충족을 살펴보았습니다. 연구진은 인간은 선천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유기체적으로 통합하려는 경향성, 즉, 성장 지향적 동기를 갖고 있다는 Deci와 Ryan의 자기결정성 이론을 기반으로 지지적인 사회적 환경에 의해 기본적 심리욕구가 충족되면 외상적 사건을 긍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적응적 정서조절양식을 사용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인지행동치료의 효과가 높아진다는 선행연구들을 통합하여 두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첫 번째 가설은 ‘기본심리욕구가 잘 충족되면 침투적 반추에서 의도적 반추로의 연결이 촉진되어 외상 후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이며, 두 번째 가설은 ‘의도적 반추와 외상 후 성장의 관계에서 기본심리욕구가 충족되면 외상 후 성장을 촉진할 것이다’ 입니다.

연구 결과를 정리하자면, 먼저 ‘기본심리욕구 충족이 침투적 반추와 의도적 반추 사이를 조절하여, 외상 후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매개된 조절효과가 있다’는 가설이 검증되었습니다. 이는 기본심리욕구가 잘 충족되면 침투적 반추가 의도적 반추를 촉진하여 결국 외상 후 성장으로 이어지게 되지만, 기본심리욕구가 잘 충족되지 않으면 침투적 반추가 의도적 반추로 가는 영향력이 작아져서 자연스럽게 외상 후 성장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본심리욕구가 충족되면 자신의 경험을 유기체적으로 통합하려는 내재적 동기가 활성화되어 침투적 반추가 의도적 반추로 연결되도록 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기본심리욕구 충족은 의도적 반추와 외상 후 성장 사이에서 이를 조절하여 외상 후 성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조절된 매개효과가 있다’는 가설도 검증되었습니다. 이는 의도적 반추와 기본심리욕구 충족이 모두 외상 후 성장에 정적인 영향이 있지만, 둘의 상호작용은 외상 후 성장을 더욱 더 증대시키는 상승작용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의도적 반추가 가능해진 사람에게 기본심리욕구가 충족되면, 더 큰 정도의 외상 후 성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상 후 성장의 주요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는 두 가지 반추의 상황에 따라 기본심리욕구 충족이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결과는 외상 후 성장 과정에 기본심리욕구 충족의 개입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시사점을 바탕으로, 이번 학회에서는 기본심리욕구의 충족 외에 침투적 반추가 의도적 반추로 전환되는데 영향을 끼치는 다른 변인으로는 어떤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지를 토의해보았습니다. 외상 사건으로부터 경과된 시간, 경험에 대한 개방성, 자신에게 발생한 사건과 정서를 관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거리두기 능력 등이 가능성 있는 변인으로서 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상담 장면에서 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기본심리욕구를 충족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상담자가 채워주고자 하는 부분들이 일상장면에서도 얼마든지 충족 가능한 부분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담자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상담사례에 대한 질적 연구 결과들로 제시된, 기본심리욕구를 만족시키는 상담의 요소가 심리검사의 해석이나 전문적 지식의 전달, 혹은 해결방안 제공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수용과 공감, 경청을 통해 내담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다각도로 해석하여 ‘자신만의 답’을 찾도록 하는 것이 상담자의 역할이며, 이는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많은 종류의 외상을 가하는 것도, 외상을 성장으로 이끌어 주는 것도 ‘사람’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아이러니를 마주하며 고민하고, 아파하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우리가 가진 능력이자 권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한번 이상의 외상적 사건-개인적이든, 공동체적이든-을 경험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외상 후 성장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은 그저 ‘어떤 사람’이 아니라 ‘나’이며, ‘우리’입니다. 이 점이 바로 더 많은 사람이 심리학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 느껴집니다. 논문에 쓰인 방법론을 거의 배제하고, 토의 내용도 대부분 기억에 의존하여 쓰인 부족한 글이지만 ‘이런 것도 있네?’하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읽어 내려와 주신 수고에 감사드리며, 이 글을 통해 외상 후 성장에, 심리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발제조: 박은영, 유영하, 신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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