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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성(introversion)의 생물학적 원리

여러가지 성격 특성 중 내향성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사회적인 적응 문제와 관련이 있다. “콰이어트(2012)”의 저자 수전 케인은 내형적인 사람들이 외향성이 이상화된 서구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발달, 교육, 직업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제시하였다. 예를 들어, 부모는 수줍고 내향적인 아이를 걱정하며 친구들과 어울려 놀라고 등떠밀고, 학교 수업은 강의보다는 조모임 위주로 구성된다. 또, 직업 환경에서는 개인 공간이 없어지고 칸막이 없이 개방된 업무 환경에서 동료와 강제로 상호작용하도록 만드는 공간이 제공된다. 성격 자체를 놓고 어떤 성격이 더 좋고 어떤 성격이 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위와 같은 환경은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친화적인 환경은 아닐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나라도 서구 사회를 따라가면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나간다는 것이다. 교실에서는 조용히 공부만 하는 학생보다는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학생을 선호하고, 기업에서는 학점보다 대외활동이나 인턴경험 등 외부 활동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하는 현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환경이 불리하다고 해서 모든 내향적인 사람들이 적응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성격이란 선천적인 기질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과 함께 결합해 구성되는 복합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사람은 자라면서 어느정도의 외향성을 학습할 수 있고, 외향성 과제에서 능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사업 협상에서는 얼마든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고,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라면 능숙하게 발표를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성격 연구자들은 이러한 학습 능력이 무한하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파티에서 두 세시간 이상 시간을 보냈다면, 그 시간을 무사히 버텼다 하더라도 그는 집에 돌아가 소파에 쓰러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한계의 원인은 내향성과 외향성을 만드는 생물학적 기저에서 찾을 수 있다.

내향성 / 외향성의 생물학적 원리

내향-외향의 생물학적 토대에 관한 연구에 큰 공헌을 한 현대 성격심리학자로 Hans Eysenck가 있다. 다른 동시대 성격심리학자들이 요인 분석을 통해 상위 성격 특성을 파악하려고 할 때 Eysenck는 성격의 생물학적 기반에 관심을 두었다. 그는 내향-외향의 특성 차이가 외부자극에 대한 피질의 각성수준의 차이에 의해 유발된다고 보았다. 즉, 내향적인 사람은 자극에 쉽게 각성되어 높은 반응을 보이고, 외향적인 사람은 그 정도가 덜하다는 것이다. Eysenck의 각성 이론은 성격심리학자들이 성격의 생물학적 원인을 찾는 데 많은 영향을 주어 많은 후속 연구가 실시되었다.

1) Eyesenck의 레몬방울 실험

Hans Eysenck는 레몬 방울 검사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검증했다. 검사 방법은 간단하다. 피험자들의 혀에 레몬방울을 떨어뜨려 침이 나오는 양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많은 침을 분비했을까? 실험 결과 내향적인 사람들이 더 많은 침을 분비하였다. Eysenck의 설명에 따르면 내향적인 사람이 자극(레몬방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침을 분비한 것이다. 이를 통해 Eysenck는 성격 특성이 단순히 행동 반응 양식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차이도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후 Eysenck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수많은 반복 연구가 진행되었다.

2) 카페인을 활용한 실험 — (학회 논문)

현대 연구자들은 Eysenck보다 ‘깨끗한’ 실험을 설계해 외향/내향성의 차이를 연구한다. 아래 연구에서는 레몬방울 대신 카페인을 통해 피험자들을 각성시키고, 기억과제를 통해 참가자들의 수행을 측정했다.

출처: Smith, A. P. (2012). Caffeine, extraversion and working memory. Journal of Psychopharmacology, 27(1), 71–76. http://doi.org/10.1177/0269881112460111

두 가지 기억과제에서 외향적인 사람들은 카페인 섭취하지 않았을 때보다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수행이 증가하였다. 반대로 내향적인 사람들은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오히려 수행이 감소하였다. 놀라운 것은 카페인을 섭취하기 전의 내향적인 사람들의 과제 수행 점수가 카페인을 섭취한 후의 외향적인 사람들의 점수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위의 카페인 실험은 Eysenck 이론을 완벽하게 지지하지만, 다른 연구들에서는 레몬 방울 검사와 반복 검증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연구자들은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각성 수준에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각성 수준의 차이가 내향-외향을 결정하는 것인지 내향-외향이 각성 수준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인지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학회 토론 주제

우리는 때에 따라서 우리의 성격과 반대되는 성격 특성을 연출해야 할 때가 있는데, 생물학적 이론에 따르면 거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는가? 만약 한계가 있다면, 우리는 성공적인 적응을 위해 어떻게 한계를 극복해 나가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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